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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만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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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댓글 0건 조회조회수: 1,267회 작성일 19-05-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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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박물관에서 만나는 음악, 전시장에서 만나는 소리

신예슬 음악평론가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박물관이 있다. 자연사박물관, 민속박물관, 화폐박물관, 책박물관, 쇳대박물관, 안경박물관 등 여느 도시에나 있는 주요한 박물관부터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거나 수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박물관까지 사람들은 실로 다양한 사물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보존하고 진열한다. 박물관에서 전시품들은 대체로 유리벽으로 보호되거나 좌대 위에 얹혀 ‘쇼케이스’ 안에 놓인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눈에 보이는 사물을 보기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수집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 꼭 유형의 사물에 국한되는 건 아니므로 종종 무형의 문화유산을 다루는 곳도 존재한다. 

[문화와 삶]박물관에서 만나는 음악, 전시장에서 만나는 소리

그중 하나는 ‘음악’이다. 시간 속에서 특정한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은 일반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으로 여겨진다. 음악이 사물처럼 고정된 형태로 공간에 놓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음악을 주제로 삼은 박물관은 주로 음악에 관한 사물들을 선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악기다. 박물관에서 악기는 주로 형태별로 분류되거나 지역별로 분류되어 전시된다. 국내에도 악기 박물관들이 있다. 영월과 파주에 위치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남양주의 프라움악기박물관, 홍천의 마리소리골악기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소리의 녹음과 재생에 관한 장비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도 있다. 강릉에 있는 참소리축음기박물관은 압도적인 소장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다양한 모델의 뮤직박스와 축음기, 라디오 등이 2500여점이나 전시되고 있다. 안성에 있는 이경순소리박물관도 동시녹음 장비와 축음기 등 500여점의 음향장비를 보유 중이다. 한편 남양주의 예당국악박물관이나 서울 국립극장의 공연예술박물관, 경주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특정한 사물을 집중해서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볼거리를 통합적으로 전시한다.  

음악 관련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무언가를 ‘듣는 경험’은 몹시 제한적이었지만, 여기에 의구심을 갖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전시장은 듣는 곳이 아니라 보는 곳이니 무언가를 듣기 위해서는 공연장이나 다른 성격의 공간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전시장에서 조용한 유형의 사물들을 바라보며 소리 나는 무형의 음악들을 상상했다. ‘눈에 보이는 사물만이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고, 그곳에서는 가급적 조용히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해오던 전시의 관습이었고, 이는 전시의 중심이 ‘음악’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미술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전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2013년 아라아트센터에서는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가 열렸다. 독일의 음반 레이블 ECM에서 제작한 음반을 선보이며 그 음반을 듣는 다양한 청취환경을 조성한 이 전시는 ‘음악 전시’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미술계는 소리를 발생시키는 설치 작품들과 더불어 사운드 아트라는 이름하에 ‘들리는’ 작업들을 전시장으로 불러오고 있다. 어두운 전시실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소리만을 듣거나, 헤드폰을 쓰고 소리를 듣거나, 전시장 전역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는 등 미술의 공간에서 소리를 경험하는 일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음악의 사물들이 박물관의 전시실에서 조용히 침묵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미술의 영역에서 소리가 전시되기 시작했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 판매되고 소장될까? 미술의 여러 공간 중에서도 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작품을 수집하여 보존하는 역할도 병행한다. 개방형 수장고 형태로 작품을 선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는 ‘보이는 수장고’가 있다. 언젠가는 이곳에 ‘들리는 수장고’도 생길까? 눈과 사물의 논리가 주요하게 작동해왔던 미술에서 귀와 소리의 논리가 고려되기 시작한다면, 미술을 분류하고 수집하는 근본적인 형태도 변화를 맞이할 것이며, 음악도 전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 소란스러운 전시장과 고요했던 음악 박물관을 떠올리며, 수장고와 음악 박물관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본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012043005&code=990100#csidx63c2781a0dda58a8a403a4bd5536283 onebyone.gif?action_id=63c2781a0dda58a8a403a4bd5536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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